삼도남초등학교
임동확
여전히 늙을 줄 모르는 그 꿈만큼 늘어난 벌판과 제멋대로 부풀어
오른 흰구름 같은 소망이 마구 흘러가는 폐교 한 구석
힘껏 돌멩이를 던져야 검은 열매를 딸 수 있던 그 아득한 높이의 오
동나무는 더 이상 키가 더 자라지 않은 듯한데,
아칮고 푸른 하늘이 담겨 있는 검고 큰 눈과 무어라도 잡을 듯 자유
자재로 늘어나는 두 손을 가진 아이야,
난 정녕 무얼 찾아 그토록 오래 실 끊긴 방패연처럼 저 멀리 떠돌고
있었던 거니?
그 때 뛰놀던 운동장엔 신동리, 양천리, 대산리, 삼도리, 가산리 아이
들 대신 북녘 사투리를 쓰는 아이들만 공을 차고 있는데,
폭우처럼 휩쓸려 가버린 세월의 뒤안길에서 홀로 유전해왔을 붉은 칸
나의 화단 속에 오래 숨어 잠들어 있었던 아이야,
넌 도대체 얼만큼 더 헤매어야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지평선에서 풀
려 날 수 있는 거니?
그래서 더욱 신비한 시간의 나무의자에 앉아 문득 콧노래를 흥얼거
리며 저문 늦가을의 젖가슴을 더듬고 있는 아이야,
널 과연 누구라고 말해주면 그새 주름진 얼굴을 활짝 펴고 나팔꽃처
럼 피어날 수 있겠지?
그저 밀려오는 어둠에 몸을 맡긴 채 그 속에서 솟아나는 한 줄기 푸
른 빛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아이야, 아이야
-계간『시인 경계』(2011년 겨울호)
출처 : 시하늘
글쓴이 : 흐르는 물 원글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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